캔버스에 유채 인체에 대한 투철한 탐구는 화가 박득순 그림의 기본이 된다. 그러한 인체 표현에서 요구되는 엄격성은 나체상이고 착의상이고 간에 언제나 지켜지고 있다. 특히 착의상에서 인물 표현이 드러나는 엄격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품 <\;선녀복의 소녀>\;에서 볼 수 있듯이 화려한 의상이 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지켜지고 있는 것은 구축적인 인체표현에서 오는 엄격성이다. 가령 엷은 의상 속으로 비치는 소녀의 굳건한 자세가 그것을 감치케 한다. 이 그림에서 흥미로운 것은 따라서 천사 의상이나 소녀라는 주제 설정과 그러한 굳건한 인체 표현의 관계이다. 엷고 환상적인 청색조의 의상 속에 드러나는 주인공의 인물 모습은 굳건한 땅 위의 사람이라는 감흥을 역으로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