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원형상에서 비롯된다. 이 원형상에 대한 본질은 사실상 동양화론에서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이치와 비견된다. 모든 대상의 가장 원천적인 요소만을 담아 작품에 함축하여 표현해가는 원리를 근간으로 하는 주요 경향은 대체적으로 대자연의 골격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고지도 씨리즈나 ‘흙에서 시리즈’ 역시 이와같은 작가의 사상적 바탕을 표출하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고지도의 경우는 땅이나 산천의 가장 중요한 부분만을 발췌하여 표현한다는 특징과 풍수학, 음양오행 등에 대한 이치를 잠재적으로 바탕에 두기 때문에 작가의 사상과 일치되는 매개 역할을 하게 되며, 실제로 이러한 도형을 자신의 시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이 작품 역시 구룡폭의 가장 원형적인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으로 여겨지며, 작가의 시각에 가장 최후로 응축된 자연의 원형적 필획으로 여겨진다.